도시는 살아 숨 쉬는 유기체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때로는 늙어간다. 서울의 많은 동네들이 이제 그 나이를 감추기 어려운 시점에 이르렀다. 1970~80년대 지어진 아파트와 주택들이 반세기를 향해 가고 있다. 낡은 배관, 좁은 주차장, 단열이 안 되는 벽. 거주자들의 불편은 커지고, 도시의 효율은 떨어진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이 늙어가는 도시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재개발과 재건축, 무엇이 다른가

흔히 재개발과 재건축을 혼용하지만, 둘은 출발점이 다르다.

재건축은 비교적 단순하다. 노후한 공동주택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다. 기존 소유자들이 조합을 만들고, 자신들의 땅 위에 새 아파트를 올린다. 정비기반시설—도로, 공원, 학교 같은 것들—은 이미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

재개발은 더 복잡하다.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 도로도 좁고 기반시설도 부족한 곳을 통째로 바꾸는 사업이다.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제각각이고, 세입자 문제도 얽혀 있다. 그래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갈등도 많지만, 성공하면 동네 전체가 탈바꿈한다.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사업 진행 과정을 간략히 들여다보자.

첫 단추는 정비구역 지정이다. 지자체가 노후도, 주거환경, 기반시설 현황 등을 검토해 정비가 필요한 구역을 지정한다. 이 단계에서 이미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다음은 조합 설립이다. 토지등소유자의 일정 비율 이상이 동의해야 조합을 만들 수 있다. 재건축은 보통 75%, 재개발은 토지면적과 토지등소유자 수 각각 과반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수많은 설명회와 개별 면담이 이뤄진다.

조합이 설립되면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관리처분계획을 거쳐 착공에 들어간다. 착공 후 준공까지, 그리고 입주와 청산까지. 빠르면 7~8년, 길면 15년 이상 걸리는 긴 여정이다.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

이 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사업성'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20년간 이 일을 해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건 결국 '합의'다. 협의가 아닌 합의!

수백, 수천 명의 이해관계자가 얽힌 사업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란 없다. 그러나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은 만들 수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 합리적인 분담금 산정, 꾸준한 소통. 이것들이 쌓여 신뢰가 되고, 신뢰가 사업을 전진시킨다.

지금, 다시 움직이는 시장

최근 정비사업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규제 완화 기조, 1기 신도시 재건축 논의,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오랜 정체기를 지나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하지만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재개발·재건축은 마라톤이다. 처음 속도를 내다 지치면 결승선을 보지 못한다. 기본에 충실하고, 한 단계 한 단계 착실히 밟아가는 것. 그것이 20년간 현장에서 배운 가장 확실한 교훈이다.

당신이 살고 있는 동네도 언젠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지 모른다. 그때 이 글이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재개발 재건축 도시정비 조합 정비사업
오중훈
지플래닉(주) 대표 |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일을 합니다. 재개발·재건축 수주기획 및 PM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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